Sunday, December 5, 2010

일본에서 iPad로 장보기

얼마전 무심코 날린 트윗에 많은 분들이 공감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일본생활을 시작한지 1년2개월정도 되었고 와이프도 둘째까지 임신한 상황에서 직접 장보러 간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특히 음료수나 쌀처럼 무게가 제법 나가는 물건을 살 때는 들고오는게 힘들어 눈물을 머금고 기본요금이 690엔(약 1만원)이나 되는 택시를 타야만 했다. 이때 손이 갈 수 밖에 없는 서비스가 바로 인터넷쇼핑몰이었다.

처음 접했을 때 의외로 심플하고 복잡하지 않은 결제방법에 상당히 놀랐다. 이전에 미국Amazon도 가끔 지인들에게 선물을 보낼때나 Kindle서적을 구매할 때 이용하고 일본Amazon도 심심치 않게 이용하고 있지만 이 쇼핑몰이 Amazon에 비해 특별히 복잡하거나 불편하다는 생각도 안들었다.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굉장히 다양한 쇼핑몰을 접해 봤기 때문에 정말 이렇게 간단해도 돼?라는 의문마저 생길 정도였다.

물론 복잡한 결제방법을 떠나서 한국이나 미국 또는 일본에도 이보다 편한 UI나 UX를 제공하는 쇼핑몰이 분명 존재하리라 생각한다. 내가 경험이 미천한 이유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하고 있기에 살짝 소개해 보고자 한다.

내가 이용하는 장보기사이트는 이토요카도(イトーヨーカドー, 일본위키, 미국위키)라는 일본의 신세계이마트라 불리울 수 있는 대형할인점이다. 일본의 대형할일점하면 이토요카도와 이온(AEON)그룹이 양대산맥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이토요카도의 모회사는 7&i홀딩스라는 세븐일레븐을 거느리고 있는 최대유통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세븐일레븐이 롯데와 제휴하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난공불락의 일본최초이자 최대의 편의점이다.

각설하고, 복잡한 결제수단이나 인증절차가 없기 때문에 PC나 맥이 아닌 iPad상에서 구매하는 모습을 간단히 보여드리고 싶다. 이토요카도의 장보기사이트, 일명 넷슈퍼의 첫화면은 아래와 같다.


여느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첫화면에서 요구하는 것은 오른편에 보이듯이 아이디와 패스워드이다. 편의를 위해 야후재팬의 아이디를 통해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일반 브라우저나 iPhone/iPad 사파리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아이디/패스워드 저장으로 그냥 클릭 한번으로 접속이 가능하다.

그럼 이제부터 쇼핑이다!

아래와 같이 일반적인 우리나라의 쇼핑몰과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홈플러스나 이마트, 혹은 현대e슈퍼와 같은 곳처럼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상품의 수는 솔직히 살짝 더 많게 느껴진다. 특이한 상품으로는 스시도 낱개 단위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과 일본최대 아기용품전문점인 아카창혼포(赤ちゃん本舗)와 제휴하여 기저귀, 분유 등 무게가 나가는 제품들도 함께 주문할 수 있어 주부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위의 이미지 오른편에 보면 시간대가 나와 있는게 보인다. 일본어이긴 하지만 테이블의 왼편은 주문시간이고 오른편은 배달시간을 나타낸다. 위의 표가 당일배송, 아래 표가 다음날 배송이다. 시간에서 알 수 있듯 당일 배송의 경우는 오후4시까지 주문을 완료하면 최소한 당일 밤10시 이전에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 


위의 이미지는 상품선택을 했을 때 나타나는 주문목록을 보여주는 화면이다. 일본어로 되어 있어 좀 이해가 어렵겠지만 가운데 상품에서 가운데 수량(数量)을 정하고 바로 오른쪽에 주황색 버튼(장바구니에;買い物カゴへ)을 클릭하면 가장 오른편에 보이는 장바구니 내용이 리프레쉬된다.

내가 다른 쇼핑몰에 비해 만족하는 부분이 바로 이 장바구니박스다. 내가 쇼핑몰을 이용할 때 가장 싫어하는게 장바구니에 담으면 장바구니 화면으로 이동하거나 화면 전체가 불필요하게 리프레쉬되는 현상이다. 이토요카도의 장바구니박스는 물건을 선택하면 해당 박스부분만 리프레쉬될 뿐 그외에 영향을 전혀 주지 않는다. 물론 장바구니박스 안에서 선택한 물건의 수량을 바꾸거나 삭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말 seamless한 장보기가 가능하다는 느낌이다.

단점이라면 배송비가 좀 비싸다는 것. 한국은 현재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이곳은 6천엔(약8만원)이상 구매를 해야지 315엔(약4천원) 정도의 배송료가 면제된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장을 볼때가 아니라 보통 한달에 한두번 한꺼번에 쌀이라던가 음료, 술 등을 대량으로 구매할 때 사용하기에 큰 문제가 안된다. 듣기로는 출산을 한 주부들은 따로 신청을 하면 1~2년정도 배송료를 면제해주는 서비스가 있는 쇼핑몰도 있다고 들었다.

자 이제 내가 세번의 클릭으로 결제가 완료된다는 결제를 진행해 보고자 한다.


위와 같이 아까 설명한 장바구니박스의 상단과 하단에 주황색으로 써있는 버튼(결제로,お支払いへ)을 클릭한다. 클릭후 나타나는 화면은 아래와 같다. 세번클릭에 한번을 소비해 버리는 굉장히 불편한 화면인데 내용은 의약품 판매에 관한 안내이다. 일본은 인터넷으로 간단한 의약품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이나 위험에 대한 설명, 만일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연락처 등이 기재되어 있다.



긴 설명의 의약품에 관한 설명의 아랫단에 마찬가지로 주황색 버튼을 누르면 아래와 같이 실제 결제창으로 이동한다. 여느 쇼핑몰과 마찬가지 항목들이라고 생각되어지는데 우선 한 화면에 모든 정보가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정보라 함은 주문내역(여기서도 수량변경 및 삭제가능), 기존에 등록된 배송지주소, 결제수단(물론 이미 저장되어 있는 결제카드 정보), 배송시간, 주문결과를 통보할 이메일 주소(이미 지정된 이메일중 선택가능), 그리고 배송시 요구사항을 적을 수 있는 메모란이다.



사실 클릭 세번이라고 말은 했지만 배송시간대를 선택해야 하니 클릭세번은 조금 과장이고 화면 세개 정도가 더 정확한 표현일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가장 아랫부분에 있는 버튼 두개중 오른쪽 버튼(주문을 확정한다,注文を確定する)를 누르면 2~3초 후에 결제는 확정된다. 참고로 왼쪽 버튼은 다시 쇼핑화면으로 돌아가는 버튼이다.

어쨌든 주목할만한 부분은 결제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카드정보는 이미 최초에 결제하면서 등록했던 카드정보가 남아있다. 물론 최초에 등록할 때도 그랬고 다른 카드로 바꾸려고 할 때도 단지 카드번호와 카드유효기간 그리고 카드뒷면에 있는 인증코드라는 숫자 3~4자리만 입력하면 된다.

물론 ActiveX설치도 없고 SMS인증도 없으며 쇼핑몰앱을 따로 설치할 필요또한 없고 일부 국내 쇼핑이 가능한 앱들처럼 iSP인증 앱을 설치후 결제시 왔다갔다 암호 넣고 하는 일은 전혀 없다. 보안은 매우 심플하다. Amazon과 마찬가지로 VeriSign이 제공하는 SSL을 이용할 뿐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한국의 인터넷결제방법에 대해 논하는 것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보안툴을 제공하는 중소기업들이나 이상한 법규를 제정한 정부만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위의 굉장히 편리한 결제도 내가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기에 가능했지만 일본의 신용카드가 없다면 현금으로 지불하고 그때 또 현금거래 수수료를 내는 등 상당히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또한 일본인들은 신용카드 발급을 꺼려하기도 한다.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은 성인들도 매우 많으며 정말 '신용'이 없는 한 만들 수 없는게 신용카드이기도 하다. 일본인 지인들 중에는 해외근무를 나가게 되면서 혹시 필요할까봐 신용카드를 만들었다고 말하는 분들도 계실 정도이다.

반면 한국은 신용카드를 너무 남발했다. 대학시절에 학교 안이나 대학가에서 아무 수익원도 없는 대학생들에게 카드발급 받으라고 손짓을 하는 아주머니들을 심심치 않게 봤었다. 쇼핑몰 등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카드발급 호객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학생들을 상대하는 것은 잘못됐다.

또한 그런 배경이 있어서인지 이상한 카드사용 문화마저 생겨버렸다. 일본이나 미국에서 만나는 분들과 얘기하다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대부분이 결제가능한 금액은 모두 현재 자신의 수중에 보유하고 있는 금액에 따라 결정하였다. 하지만 많은 한국분들은 결제할 날짜에 자신에게 들어올 금액을 기준으로 결제를 하곤 한다. 물론 리볼빙카드니 뭐니 하면서 그것마저도 뒤로 미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변에서 카드 돌려막기를 하는 친구들도 심심치 않게 만나봤다.

이게 결제방법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되묻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카드사용문화는 신용카드라는 결제수단을 현금보다 안정적인 결제가 아니라 불안정한 결제수단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나는 경제전문가도 아니고 이런 업계에 일해본 경험도 없지만 카드사용자를 현금사용자보다 믿을 수 없다는데 동의하지 못할 분들은 없을 듯하다.

또다른 결제환경의 문제점을 제기해 보고 싶다. 바로 공용PC이다. 아직 한국의 PC보급률이 낮은 문제도 있고 가정 내에서도 한 대의 PC로 여러명이 공유할 뿐만 아니라 한국을 소위 인터넷강국으로 끌어올린 PC방 문화의 창궐도 PC의 공유를 부추겼다. 극히 일부이긴 하겠지만 실제PC방에서 쇼핑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또한 개인PC가 아닌 회사PC에서 쇼핑을 즐기는 것도 한국의 특이한 문화중 하나인 것 같다. 중소기업은 모르겠지만 일본의 대기업이라면 회사에서 근무시간에 쇼핑몰을 본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거니와 회사PC에 어떤 개인적인 이용을 통해 개인정보를 남긴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일본인들도 상당수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는 누가 해킹을 하기 이전에 해킹을 하기 쉬운 환경 또는 다른 제3자에 의해서 개인정보를 이용가능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고 이를 문제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사태는 악화되어 결제문화를 바로잡기 보다는 정부와 보안업체가 손을 잡고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작업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던 것 같다. 때론 정부와 보안업체가 환경을 이렇게 만들었으니 소비자들이 느슨해진 것이 아니냐고 반론하실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가 단순히 아이폰을 시작으로한 스마트폰 혁명이나 우리은행이 시도하는 오픈뱅킹을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즉 ActiveX를 없애자고 하기 이전에 신용카드를 가진다는 일이 얼마나 개인의 책임이 필요로 하는지 생각했으면 좋겠다. 신용카드는 말 그대로 '신용'이 있기에 가능한 편리한 결제수단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단상을 적은 것이기에 반박이나 업계의 더 큰 문제점이 비록 있을지 모르겠지만 소비자로서 자신있게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 똑똑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