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December 5, 2010

일본에서 iPad로 장보기

얼마전 무심코 날린 트윗에 많은 분들이 공감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일본생활을 시작한지 1년2개월정도 되었고 와이프도 둘째까지 임신한 상황에서 직접 장보러 간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특히 음료수나 쌀처럼 무게가 제법 나가는 물건을 살 때는 들고오는게 힘들어 눈물을 머금고 기본요금이 690엔(약 1만원)이나 되는 택시를 타야만 했다. 이때 손이 갈 수 밖에 없는 서비스가 바로 인터넷쇼핑몰이었다.

처음 접했을 때 의외로 심플하고 복잡하지 않은 결제방법에 상당히 놀랐다. 이전에 미국Amazon도 가끔 지인들에게 선물을 보낼때나 Kindle서적을 구매할 때 이용하고 일본Amazon도 심심치 않게 이용하고 있지만 이 쇼핑몰이 Amazon에 비해 특별히 복잡하거나 불편하다는 생각도 안들었다.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굉장히 다양한 쇼핑몰을 접해 봤기 때문에 정말 이렇게 간단해도 돼?라는 의문마저 생길 정도였다.

물론 복잡한 결제방법을 떠나서 한국이나 미국 또는 일본에도 이보다 편한 UI나 UX를 제공하는 쇼핑몰이 분명 존재하리라 생각한다. 내가 경험이 미천한 이유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하고 있기에 살짝 소개해 보고자 한다.

내가 이용하는 장보기사이트는 이토요카도(イトーヨーカドー, 일본위키, 미국위키)라는 일본의 신세계이마트라 불리울 수 있는 대형할인점이다. 일본의 대형할일점하면 이토요카도와 이온(AEON)그룹이 양대산맥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이토요카도의 모회사는 7&i홀딩스라는 세븐일레븐을 거느리고 있는 최대유통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세븐일레븐이 롯데와 제휴하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난공불락의 일본최초이자 최대의 편의점이다.

각설하고, 복잡한 결제수단이나 인증절차가 없기 때문에 PC나 맥이 아닌 iPad상에서 구매하는 모습을 간단히 보여드리고 싶다. 이토요카도의 장보기사이트, 일명 넷슈퍼의 첫화면은 아래와 같다.


여느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첫화면에서 요구하는 것은 오른편에 보이듯이 아이디와 패스워드이다. 편의를 위해 야후재팬의 아이디를 통해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일반 브라우저나 iPhone/iPad 사파리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아이디/패스워드 저장으로 그냥 클릭 한번으로 접속이 가능하다.

그럼 이제부터 쇼핑이다!

아래와 같이 일반적인 우리나라의 쇼핑몰과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홈플러스나 이마트, 혹은 현대e슈퍼와 같은 곳처럼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상품의 수는 솔직히 살짝 더 많게 느껴진다. 특이한 상품으로는 스시도 낱개 단위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과 일본최대 아기용품전문점인 아카창혼포(赤ちゃん本舗)와 제휴하여 기저귀, 분유 등 무게가 나가는 제품들도 함께 주문할 수 있어 주부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위의 이미지 오른편에 보면 시간대가 나와 있는게 보인다. 일본어이긴 하지만 테이블의 왼편은 주문시간이고 오른편은 배달시간을 나타낸다. 위의 표가 당일배송, 아래 표가 다음날 배송이다. 시간에서 알 수 있듯 당일 배송의 경우는 오후4시까지 주문을 완료하면 최소한 당일 밤10시 이전에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 


위의 이미지는 상품선택을 했을 때 나타나는 주문목록을 보여주는 화면이다. 일본어로 되어 있어 좀 이해가 어렵겠지만 가운데 상품에서 가운데 수량(数量)을 정하고 바로 오른쪽에 주황색 버튼(장바구니에;買い物カゴへ)을 클릭하면 가장 오른편에 보이는 장바구니 내용이 리프레쉬된다.

내가 다른 쇼핑몰에 비해 만족하는 부분이 바로 이 장바구니박스다. 내가 쇼핑몰을 이용할 때 가장 싫어하는게 장바구니에 담으면 장바구니 화면으로 이동하거나 화면 전체가 불필요하게 리프레쉬되는 현상이다. 이토요카도의 장바구니박스는 물건을 선택하면 해당 박스부분만 리프레쉬될 뿐 그외에 영향을 전혀 주지 않는다. 물론 장바구니박스 안에서 선택한 물건의 수량을 바꾸거나 삭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말 seamless한 장보기가 가능하다는 느낌이다.

단점이라면 배송비가 좀 비싸다는 것. 한국은 현재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이곳은 6천엔(약8만원)이상 구매를 해야지 315엔(약4천원) 정도의 배송료가 면제된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장을 볼때가 아니라 보통 한달에 한두번 한꺼번에 쌀이라던가 음료, 술 등을 대량으로 구매할 때 사용하기에 큰 문제가 안된다. 듣기로는 출산을 한 주부들은 따로 신청을 하면 1~2년정도 배송료를 면제해주는 서비스가 있는 쇼핑몰도 있다고 들었다.

자 이제 내가 세번의 클릭으로 결제가 완료된다는 결제를 진행해 보고자 한다.


위와 같이 아까 설명한 장바구니박스의 상단과 하단에 주황색으로 써있는 버튼(결제로,お支払いへ)을 클릭한다. 클릭후 나타나는 화면은 아래와 같다. 세번클릭에 한번을 소비해 버리는 굉장히 불편한 화면인데 내용은 의약품 판매에 관한 안내이다. 일본은 인터넷으로 간단한 의약품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이나 위험에 대한 설명, 만일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연락처 등이 기재되어 있다.



긴 설명의 의약품에 관한 설명의 아랫단에 마찬가지로 주황색 버튼을 누르면 아래와 같이 실제 결제창으로 이동한다. 여느 쇼핑몰과 마찬가지 항목들이라고 생각되어지는데 우선 한 화면에 모든 정보가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정보라 함은 주문내역(여기서도 수량변경 및 삭제가능), 기존에 등록된 배송지주소, 결제수단(물론 이미 저장되어 있는 결제카드 정보), 배송시간, 주문결과를 통보할 이메일 주소(이미 지정된 이메일중 선택가능), 그리고 배송시 요구사항을 적을 수 있는 메모란이다.



사실 클릭 세번이라고 말은 했지만 배송시간대를 선택해야 하니 클릭세번은 조금 과장이고 화면 세개 정도가 더 정확한 표현일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가장 아랫부분에 있는 버튼 두개중 오른쪽 버튼(주문을 확정한다,注文を確定する)를 누르면 2~3초 후에 결제는 확정된다. 참고로 왼쪽 버튼은 다시 쇼핑화면으로 돌아가는 버튼이다.

어쨌든 주목할만한 부분은 결제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카드정보는 이미 최초에 결제하면서 등록했던 카드정보가 남아있다. 물론 최초에 등록할 때도 그랬고 다른 카드로 바꾸려고 할 때도 단지 카드번호와 카드유효기간 그리고 카드뒷면에 있는 인증코드라는 숫자 3~4자리만 입력하면 된다.

물론 ActiveX설치도 없고 SMS인증도 없으며 쇼핑몰앱을 따로 설치할 필요또한 없고 일부 국내 쇼핑이 가능한 앱들처럼 iSP인증 앱을 설치후 결제시 왔다갔다 암호 넣고 하는 일은 전혀 없다. 보안은 매우 심플하다. Amazon과 마찬가지로 VeriSign이 제공하는 SSL을 이용할 뿐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한국의 인터넷결제방법에 대해 논하는 것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보안툴을 제공하는 중소기업들이나 이상한 법규를 제정한 정부만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위의 굉장히 편리한 결제도 내가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기에 가능했지만 일본의 신용카드가 없다면 현금으로 지불하고 그때 또 현금거래 수수료를 내는 등 상당히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또한 일본인들은 신용카드 발급을 꺼려하기도 한다.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은 성인들도 매우 많으며 정말 '신용'이 없는 한 만들 수 없는게 신용카드이기도 하다. 일본인 지인들 중에는 해외근무를 나가게 되면서 혹시 필요할까봐 신용카드를 만들었다고 말하는 분들도 계실 정도이다.

반면 한국은 신용카드를 너무 남발했다. 대학시절에 학교 안이나 대학가에서 아무 수익원도 없는 대학생들에게 카드발급 받으라고 손짓을 하는 아주머니들을 심심치 않게 봤었다. 쇼핑몰 등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카드발급 호객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학생들을 상대하는 것은 잘못됐다.

또한 그런 배경이 있어서인지 이상한 카드사용 문화마저 생겨버렸다. 일본이나 미국에서 만나는 분들과 얘기하다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대부분이 결제가능한 금액은 모두 현재 자신의 수중에 보유하고 있는 금액에 따라 결정하였다. 하지만 많은 한국분들은 결제할 날짜에 자신에게 들어올 금액을 기준으로 결제를 하곤 한다. 물론 리볼빙카드니 뭐니 하면서 그것마저도 뒤로 미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변에서 카드 돌려막기를 하는 친구들도 심심치 않게 만나봤다.

이게 결제방법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되묻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카드사용문화는 신용카드라는 결제수단을 현금보다 안정적인 결제가 아니라 불안정한 결제수단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나는 경제전문가도 아니고 이런 업계에 일해본 경험도 없지만 카드사용자를 현금사용자보다 믿을 수 없다는데 동의하지 못할 분들은 없을 듯하다.

또다른 결제환경의 문제점을 제기해 보고 싶다. 바로 공용PC이다. 아직 한국의 PC보급률이 낮은 문제도 있고 가정 내에서도 한 대의 PC로 여러명이 공유할 뿐만 아니라 한국을 소위 인터넷강국으로 끌어올린 PC방 문화의 창궐도 PC의 공유를 부추겼다. 극히 일부이긴 하겠지만 실제PC방에서 쇼핑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또한 개인PC가 아닌 회사PC에서 쇼핑을 즐기는 것도 한국의 특이한 문화중 하나인 것 같다. 중소기업은 모르겠지만 일본의 대기업이라면 회사에서 근무시간에 쇼핑몰을 본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거니와 회사PC에 어떤 개인적인 이용을 통해 개인정보를 남긴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일본인들도 상당수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는 누가 해킹을 하기 이전에 해킹을 하기 쉬운 환경 또는 다른 제3자에 의해서 개인정보를 이용가능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고 이를 문제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사태는 악화되어 결제문화를 바로잡기 보다는 정부와 보안업체가 손을 잡고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작업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던 것 같다. 때론 정부와 보안업체가 환경을 이렇게 만들었으니 소비자들이 느슨해진 것이 아니냐고 반론하실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가 단순히 아이폰을 시작으로한 스마트폰 혁명이나 우리은행이 시도하는 오픈뱅킹을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즉 ActiveX를 없애자고 하기 이전에 신용카드를 가진다는 일이 얼마나 개인의 책임이 필요로 하는지 생각했으면 좋겠다. 신용카드는 말 그대로 '신용'이 있기에 가능한 편리한 결제수단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단상을 적은 것이기에 반박이나 업계의 더 큰 문제점이 비록 있을지 모르겠지만 소비자로서 자신있게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 똑똑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었으면 좋겠다.

Wednesday, November 17, 2010

고객을 직접 만나지 않는 회사?

우연히 일본의 EC Studio라는 회사에 대한 기사(일본어)를 봤다. 당황스럽게도 이 회사의 특징은 절대 고객을 직접 만나지 않는다는 것. 모든 영업은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진단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2년연속으로 일본에서 가장 사원만족도가 높은 기업*으로 뽑혔다는 것이다.
*Link and Motivation Inc.사 조사결과

도대체 뭐하는 회사야? 이건 뭐지? 라는 생각에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더욱더 가관이다.

거래처에 PS3를 선물한다질 않나, 트위터로 업무보고를 하고, 사무실에 전화가 아예 없으며, 전사원에게 iPhone을 지급하고, 종이를 절대 사용 안한단다.

IT경영을 도와주는 업무를 제공한다는데 Google Apps의 활용법을 도와주는등 상당히 단순한 업무를 진행하는 것 같지만 어쨌든 재미있는 회사이다.

특히, 이들이 공개하고 있는 EC Studio의 약속, 일명 EC Studio가 하지 않는 14가지 조항을 눈여겨 볼만 하다. 아직도 주식공개나 상장을 통해 몫돈을 모아보려는 사람들도 많은데, 주식공개를 안하겠다거나 Funding을 받지 않겠다는 얘기는 창업자가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조금은 오바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참고로 이 창업자 겸 사장은 "일본에서 가장 사원만족도가 높은 회사의 비상식적인 업무방식"이라는 책도 출간했다.

어쨌든 재미있는 EC Studio가 하지 않는 14가지 조항을 서툴지만 번역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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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 studio가 하지 않는 14가지 조항

EC studio는 창업초기의 목적과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 하지 않는 14가지 조항을 책정했습니다. 시대와 경영환경이 변화하더라도 다음 14가지 조항을 지킬 것을 약속드립니다.

1. IT를 활용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

경영에 IT를 활용하는 IT 경영실천기업의 모델로서, 방문판매 및 전화영업을 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서만 영업합니다. 기타 모든 업무에서도 IT를 경영에 철저하게 활용하는 기업을 목표로 하겠습니다.

2. 주식공개를 하지 않겠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상 설비투자가 필요 없고, 신용도 향상에 따른 영업력도 홈페이지를 활용하면 상장기업과 대등하게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에 적대적 인수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라도 주식공개는 하지 않겠습니다.

3. Fund을 끌어들이지 않겠습니다.

경영이념과 경영비전의 실현을 하기 위해 타인의 자본은 받지 않겠습니다.

4. 경영이념을 공감하는 회사 이외에는 거래하지 않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경영이념을 공감하실 수없는 회사는 수익이 예상되는 사업에있어도 거래하지 않겠습니다.

5. 경영이념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은 하지 않겠습니다.

수익이 예상되는 사업모델이 있다고 하더라도, 경영이념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은 하지 않겠습니다.

6. 특정조직에 소속되지 않겠습니다.

특정조직에 속하게 되면 예기치 못한 작업이 생기기 때문에 직원제일주의 관점에서 특정조직에는 소속되지 않겠습니다.

7. 직원을 해고하지 않겠습니다.

경영이념에 공감하고, 경영비전 실현을 추구하는 직원을 해고하지 않습니다.

8. 매출목표에 고집하지 않겠습니다.

매출목표에 고집함으로써 직원에 무리를 주고 고객에게 폐를 끼칠 수 있기에 매출목표 달성을 위해 무리하지 않겠습니다.

9. 서비스 품질에 있어서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비즈니스모델이 완성되고 수익모델을 이루어진 서비스라고 하여도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메스를 들고 서비스개선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10. 방어적인 경영은 하지 않겠습니다.

매출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사업이라도 시대에 뒤쳐지고 품질에 만족스럽지 않은 서비스는 적극적으로 제공을 중단합니다.

11. 고가의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겠습니다.

시간, 거리의 개념이 없는 비용제로공간인 인터넷을 활용하면 업무효율이 향상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High Quality Low Price인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겠습니다.

12. 회사규모를 추구하지 않겠습니다.

인터넷을 활용하면 업무효율이 오르고, 소수정예로 운영할 수 있다는 생각에 회사 규모를 무리해서 늘리지 않고, 서비스품질을 추구하여 경영비전의 실현을 목표로 하겠습니다.

13. 일본에 플러스가 되지 않는 사업은 하지 않겠습니다.

EC studio를 창업하는 계기가 된 "인터넷으로 일본을 좋게 하고 싶다"라는 창업당시의 목표를 잊지 않고, 일본 전체에 플러스효과가 있는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겠습니다.

14. 일본 시장에만 연연하지 않겠습니다.

일본시장을 최우선으로 하겠습니다만, 인터넷은 세계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일본 국내에서 세계를 향해 적극적으로 서비스 확장을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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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November 13, 2010

일본에서의 Apple TV 개봉기

2010년 11월 11일, 애플은 일본에서 의외의 발표를 한다. 바로 일본iTunes Store에서 영화를 판매한다는 것.

Press Release를 보면 알 수 있듯 미국영화사만이 아닌 카도카와(角川)영화, 토에이(東映), 후지테레비 등 일본영화사들도 참가할 뿐만 아니라 Apple TV 판매도 단행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우리가 언제나 갈라파고스라고 놀려왔던 일본인데 어느새 시장의 변화를 체감한듯 늦은듯 하지만 영화사들이 적극적으로 컨텐츠 비즈니스에 돌입한 것 같은 느낌이다. 영화뿐만 아니라 최근 일본서적산업도 카도카와(角川)그룹을 중심으로 극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는 현실이다. 컨텐츠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애플만이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해 컨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할 따름.

물론 발표직후 Apple TV의 실제출시일에 대해서는 금주중이라고 써있을 뿐 정확한 날짜는 밝히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오후 늦게부터 긴자(銀座)애플스토어에서 판매를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트위터에 나오기 시작했고 다음날 아침부터 개봉기들이 속속 공개되었다. (Techwave게재 개봉기, 일본어)

나는 애플스토어까지 가는데는 거리가 좀 멀어 온라인스토어에서 구매할 생각했는데 11일 당일 저녁부터 애플스토어 판매를 시작하는 것을 보고 주저 없이 구매를 했고, 이틀이 지난 오늘(11월 13일) 오후 2시반쯤 실물을 받아 볼 수 있었다.

원래 Apple TV 1세대를 사용해 왔기 때문에 새로운 Apple TV에 기대반 우려반을 하고 있었다. 1세대를 사용하면서 엄청난 버벅거림과 언제나 뜨끈뜨끈 폭발할 것 같은 열을 발산하고 쓸데없이 큰 저장용량에 직관적이지 못한 Sync환경, 그리고 불안정한 네트워크 등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Apple TV는 Sync가 필요 없고 8,800엔(미국은 99달러)이라는 착한 가격 때문에 망설임 없이 구매를 결정했다.

아래와 같이 배달박스 자체도 상당히 작아 조금은 놀랐다. (옆의 펜과 크기비교를, 아이폰3GS로 촬영해 조금 화질이 떨어지는 점 이해바람)


실제로 박스안에는 뽁뽁이가 1/3정도가 차있고 실물Boxing은 더욱 작았다.



내용물은 Simple 그 자체. 본체, 리모콘, 전원코드(돌돌 말아놓은 게 특이), 설명서 뿐이다. 사실 여느 제품과 같이 설명서는 펼쳐볼 필요도 없었다. 1세대를 써봤기에 더더욱.


기존 Apple TV 1세대와의 크기 비교



좀 어둡지만 TV와 함께 비교


특이했던게 아래와 같이 Apple TV를 검정테이프로 돌돌 말아 놓은 것. 처음 제품을 접했을 때 아무 단자도 보이지 않는 깔끔한 이미지를 경험하게 해준다.


자 이제 연결!
무선랜 환경으로만 사용하기 때문에 HDMI와 전원코드만 연결.


초기화면에 언어설정이 나온다.
물론 한국어지원은 없고, 일본어와 함께 최근 출시가 결정된 몇몇 국가의 언어가 선택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 들어오면 기본지역설정이 일본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아래와 같이 Movies, Internet(YouTube, Podcasts, MobileMe, Flickr, Radio), Computers, Settings 네가지 메뉴만 있다. 아래 설명하겠지만 미국으로 접속하면 TV Shows라는 드라마 등을 볼 수 있는 메뉴가 하나 더 있다. 

가장 처음 설정한 것은 Home Sharing이다. 13-inch MacBook Pro와 연계해서 사용하는데 처음 접속하는데는 좀 시간이 걸리지만 영화나 음악, 뮤직비디오, 사진 등 무선랜 간의 통신인데도 전혀 끊김이 없었다.


컨텐츠들은 예고했던 것처럼 일본컨텐츠들이 영화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미국iTunes Store에는 영화가 1만편 정도가 판매되고 있다고 하는데 일본iTunes Store는 미국의 10분의 1정도 밖에 안되는 약 1천편정도가 있다. 앞으로 늘어날 것을 기대해 본다.


Apple TV 1세대와 좀 큰 차이로 느껴졌던 것은 모든 구매가 다운로드방식이 아닌 Rent방식이라는 점. 1세대에서는 아래와 같은 컨텐츠화면에서 다운로드구매 이외에 Rent의 경우도 HD와 SD를 선택구매 할 수 있었는데, 이번 2세대부터는 Settings에서 HD를 구매할 것인지 SD를 구매할 것인지 디폴트로 지정하게 되어 있어, 아래와 같이 SD구매(400엔) 아이콘만 떠있어 좀 불편하단 느낌이었다. 


아래는 미국지역으로 설정했을 때 화면이다. 특이한 것이 iTunes계정과 연계되어 스토어를 일본에서 미국으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설정으로 바뀌게 되어 있으며 iTunes계정은 미리 따로 저장해 두거나 구입할 때마다 입력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밖에 미국의 경우 Internet에 Netflix메뉴가 있는데 지인의 계정을 빌려 테스트를 해본 결과 접속과 컨텐츠 브라우징은 가능하지만, 시청을 하려고 하면 현재 Location에서는 볼 수 없다고 메시지가 나온다. 해외접속이 불가능 한 것인데 빨리 해외에서도 Netflix나 Pandora가 이용가능했으면 좋겠다.


그밖에 아래와 같이 iPad와 iPhone을 Remote App으로 연결시켰다. 





실제 영화Rental도 해봤다. 동생(おとうと)이라는 몇달전 개봉했던 최신영화를 빌렸다. 우리나라에도 팬이 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아오이유우(蒼井優)가 출연하는 작품이다.(주연은 아님) 가격은 신작이고 SD화질이어서 400엔. 참고로 신작 HD는 500엔, 그리고 오래된 작품은 각각 100엔이 싸다. 일부 비싸다고 할 수 있겠지만 Rental점포까지 직접 갈 필요가 없고 합법적인 구매활동이라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위와 같이 SD인데도 화질은 전혀 문제 없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DVD에서와 같이 챕터별도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미국이 Rental기간이 30일이내 개시후 24시간동안 시청 가능한 것과 달리, 일본은 30일이내 개시후 48시간 시청가능하다. 일본영화사측에서 요구했다는데 일본 IT미디어의 기자가 iTunes Store담당자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인들이 잔업이 많아 영화를 볼 시간이 적어서 그런거 아니냐고 농을 치기도 했다.

물론 단점도 많다. 

첫번째로는, 미국영화들중 일본어자막처리가 아닌 성우더빙판으로만 제공되는 영화들이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컨텐츠를 사서 DVD처럼 자막이나 더빙을 on/off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애플의 iTunes Store 담당의 Peter Lowe씨에 따르면 복잡한 권리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iTunes Store Canada/APAC 담당 Senior Director Peter Lowe 인터뷰, 일본어)

두번째로는, 불편한 것이 다국 다계정 이용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국가설정도 일본과 미국을 왔다갔다 해야하고 계정도 왔다갔다 해야 하는데, 실제 Rent를 해보니 의외로 계정이 꼬여버려 결제가 안되어 결제버튼을 4~5번 눌러서야 결제가 되는 현상이 생겼다. 또 일본계정으로 영화 한편(おとうと)과 미국계정으로 영화 한편(Dark Knight)를 Rent했는데 Rent한 모든 영화가 한 화면에 보이질 않고 국가설정을 변경해서 각각 봐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세번째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진슬라이드쇼는 Origami와 Reflections 등이 추가되었는데 Origami가 의외로 얼굴인식이 잘 안되어 얼굴이 잘려나오는 현상이 있다는 점. iPad의 슬라이드쇼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적이 있는데 Origami는 참 멋지지만 이런 현상때문에 잘 안쓰게 된다. 아래와 Reflections로 설정한 슬라이드쇼이다.


네번째로, 1세대와 다르게 YouTube 시청시 다운로드와 동시에 동영상플레이가 안되고 컨텐츠가 전체의 1/3정도가 다운로드된 후부터 동영상플레이가 되다보니 일부 오래되거나 HD화질의 컨텐츠는 서버에서 데이터를 불러오는데 시간이 오래걸려 거의 시청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그래도 AirPlay는 대만족. 아직 iPhone과 iPad에서 테스트는 불가하지만 MacBook에서 AirPlay를 해보니 문제없이 깔끔하게 작동했다. 빨리 iPhone과 iPad의 iOS가 업그레이드되길 바랄뿐이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1세대보다도 속도가 빨라진 것이 만족스럽다. Rental Movies, Podcasts등 애플데이터센터에서 직접 제공하는 컨텐츠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실시간 시청이 가능하니 다운로드 받고 Sync하느라 스트레스 받을 일이 전혀 없다. 게다가 별로 안뜨거워 진다는 것. 1세대는 Standby상태에서도 Apple TV자체가 엄청난 발열을 하고 HDD가 돌아가는 소음이 있었는데, 이번 2세대는 가동중에도 생각보다 뜨겁지 않고 Standby시에도 차가운 상태가 유지된다.

전문적인 Reviewer가 아니라 질이 좀 떨어지는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가격대비 상당히 만족스러운 구매였다. 빨리 컨텐츠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길 바랄 뿐이다.

그런데 남은 Apple TV 1세대는 어떻게 하지?